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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 박소향


 

 

 
구월이 오면 / 박소향
여름날의 조각들이 잘게 부서지는 
등 굽은 길에 비가 그치면 
멧새 앉았다 간 소슬한 자리마다 
들 국이 피고 
바람에 갇혀 우는 갈대숲도 
바보 같은 그리움이 된다는 걸 
당신은 안다 
홀로 뜨는 정념의 달이 
조용히 우는 물결을 포옹할 때 
까마득한 정신은 불륜의 섬이 되고 
뜨겁게 달아오른 꿈마저도 
죄가 되는 가을 
가을이 온다는 걸 
나는 안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제 가슴에 하나씩 사랑의 씨를 심는 
구월이 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의 살을 지나 
새하얀 종아리로 은어의 강을 건너던 
당신의 가슴이 더 그리우리란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