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탐방 노트,섬 연습님 블로그에서...
선단여
우리의 전설 속에도 근친상간의 금기가 배어 있다. 남한강 상류인 충주의 달래강(達川, 甘川) 전설은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부모를 여의고 사는 오누이가 있었다. 강 건너 밭에서 일을 한 어느 날 소나기가 내려 강물이 불어났다. 이에 오누이는 옷을 벗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러나 누이의 드러난 몸을 보고 욕정을 느낀 오라비는 낫으로 남근(男根)을 자르고 죽고 말았다. 이에 누이는 ‘달래나 보지. 달래나 보지’ 라고 말하며 울다가 죽었다.” 달래강 전설은 달래산 전설, 또는 달래 고개 전설 등 명칭이나 내용의 일부, 또는 누나와 동생 등 등장 인물을 달리하며 여러 지역에 전해진다.
우리 섬 또한 이와 유사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인천 옹진의 백아도(白牙島) 앞 바다에 떠 있는 선단(仙丹)여 전설을 들 수 있다. “ 백아도에 어린 오누이가 부모 없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인근 섬의 마귀할멈이 이곳에 와 누이를 납치해 갔다. 그 후 성장한 오라비가 고기잡이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한 섬에 닿게 되었다. 이 섬에서 오라비는 한 처녀를 발견하였다. 이들은 서로 남매 사이인 줄 알 수 없었고, 마침내 사랑하다가 동침에 이르렀다. 이때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져 오누이와 마귀할멈이 모두 죽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3개의 붉은 바위가 솟아났다.”
남매바위
통영 소매물도(小每勿島)의 남매바위 전설도 비슷하다. “ 대매물도에 사는 부부가 뒤늦게 남매 쌍둥이를 낳았다. 그러나 남매 쌍둥이는 명이 짧아 일찍 죽게 된다는 말이 있어 부부는 그 중 딸을 소매물도에 버렸다. 그 후 성장한 아들이 산에 올라 나무를 하다가 소매물도에서 나는 연기를 보게 되었다. 소매물도에는 어떤 경우에도 가서는 안된다고 부모는 항상 말했지만 아들은 소매물도에 가고 말았다. 이곳에는 또래의 처녀가 있었고, 아들은 그 처녀를 아내로 맞기로 하고 마침내 처녀와 포옹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갑자기 비바람과 함께 천둥 · 번개가 치면서 그들은 바위로 변해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통영 사량도(蛇梁島) 윗섬의 지리산 산행에서 만나는 조그만 산봉우리인 옥녀봉에도 또 하나의 전설이 묻어 있다. “ 홀아비가 된 어부가 옥녀라는 외동딸과 살고 있었다. 성숙해 가는 딸을 보며 욕정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는 마침내 딸을 범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옥녀는 사람의 탈을 쓰고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으니 소처럼 덕석을 쓰고 소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뒷산 벼랑으로 오면 아버지를 짐승처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격정이 가라앉으면 아버지가 따라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덕석을 쓰고 소의 울음소리를 내며 딸을 따라왔다. 이에 옥녀는 울면서 벼랑 아래로 몸을 던져 죽었다. ”
옥녀봉
이와 같은 도덕률을 담은 전설을 통해 섬사람들은 근친상간을 경계(警戒)하고자 했다. 근친상간의 금기에 대한 이유를 사회학자 웨스터마크(Edward Alexander Westermarck)는 함께 성장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성관계를 혐오하고 회피하게 된다는 데에서 찾으려고 했고,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이를 오이디프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긴 문화적 산물로 설명하였다. 또 열성의 유전으로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생물학적 이유도 제시되고, 그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제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근친상간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3월 영국 BBC 방송이 “도전받는 독일의 근친상간 법률” 제하로 보도한 독일의 오누이 부부에 관한 사례는 그 하나이다. 이들 오누이는 오라비가 어릴 때 입양되면서 헤어졌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결혼하여 아이 네 명을 두었다. 하지만 근친상간은 독일에서도 위법이다. 이에 이들은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을 폐기해 달라고 연방 헌법재판소에 청원했다.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것은 구시대적일 뿐만 아니라 연인의 권리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생물학적으로 유전적 결함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위험이 높다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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