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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벅거리다...


                   

                  

      느닷없이 너 마주친다 해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물건을 고르고
      지갑을 열고 계산을 치르고
      잊은 게 없나 주머니 뒤적거리다
      그곳을 떠나듯

      가끔
      손댈 수 없이
      욱신거리면 진통제를 먹고
      베개를 얼굴에 박고
      잠들려고
      잠들려고 그러다가

      젖은 천정의 얼룩이 벽을 타고 번져와
      무릎 삐걱거리고 기침 쿨럭이다가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래야 할까
      헛손질만 하다가 말다가
      대접만한 모란이 소리없이 피다가
      순한 짐승의 눈처럼 꽃술 몇 번 껌벅이다가
      떨어져 누운 날
      언젠가도 꼭 이날 같았다는 생각
      한다 해도
      그게 언제인지 무엇인지 모르겠고

      길모퉁이 무너지며 너
      맞닥뜨린다 해도
      쏟아뜨린 것 주워 담을 수 없이
      도저히 돌이킬 수 없어
      매일이 그렇듯이 그날도
      껌벅거리다
      주머니 뒤적거리다
      그냥 자리를 떠났듯이 

 

최정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