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훼방놓다 외딴섬 붉은 동백꽃이 하얀 고깔을 쓰고 우쭐댄다 어젯밤은 저토록 백설의 면사포를 둘러쓰고 시집을 갔단다 얼마나 융숭한 촛불을 밝혔을까? 오죽하면 눈(雪)에 가슴 열었느냐고 놀려대자 반짝이며 수줍음 타는 노란 입술 그때, 한 줌 둥근 웃음 만들어 스르륵 가슴을 만지며 넘어지는 눈덩이. 경칩 추위 앞세워 시샘하는 봄바람이 동백꽃의 아랫도리를 훼방놓는다 놀라 가로막는 만삭의 낮 달이 꽃샘바람을 밀어낸다 남풍이 항해의 돛을 달고 작은 섬이 들썩거리며 분주하다 이 봄에, 슬픈 이야기는 허리를 굽히고 따스한 젖가슴으로 출렁이는 바닷냄새 글/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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