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잔뜩 찌프린 하늘인데도
우산없이 출근한 날
퇴근시간에 맞춰
아내는 직장 문앞에 서 있다가
배시시 웃으며
우산을 건넨다.
같이 쓸래요?
아랫도리가 폭삭 젖은 채
파란 입술을 하고
가늘게 떨고 있다.
전화라도 하지
미련 스럽기는
자판기에서 뽑아준
커피 한 잔에
젖꼭지를 문
애기 얼굴이 된다.
우리 저녁 먹을래?
비오는 날은
짬봉이 제 맛이다.
소주 한잔에
안주대신 마시는
짬뽕 국물에
비지처럼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아내는 눈물을 반짝였다.
팔에 아내를 대롱대롱 매달고
돌아오면서
언제 이렇게 같이 걸었나 싶어
갑자기
아내가 불쌍해 졌다.
그 날 잠자리에서
안아 본 아내몸이 낯설어
곤히 잠든 얼굴에
입술을 대 보았다.
밤은 아내의 숨소리따라
흔들거리고
숨소리따라
비는 마냥 내리고 있었다.

33938
x-text/html; charset=iso-8859-1" loop="-1" volume="0" autostart="true"> '´″```°³о글모음게시판▥ > ☆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속의 사랑 (0) | 2008.01.11 |
---|---|
내 등의 짐 (0) | 2008.01.10 |
용서하는 용기, 용서 받는 겸손 (0) | 2008.01.07 |
좋은 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0) | 2008.01.06 |
사랑 해야할 인연 (0) | 2008.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