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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잔뜩 찌프린 하늘인데도 우산없이 출근한 날 퇴근시간에 맞춰 아내는 직장 문앞에 서 있다가 배시시 웃으며 우산을 건넨다. 같이 쓸래요? 아랫도리가 폭삭 젖은 채 파란 입술을 하고 가늘게 떨고 있다. 전화라도 하지 미련 스럽기는 자판기에서 뽑아준 커피 한 잔에 젖꼭지를 문 애기 얼굴이 된다. 우리 저녁 먹을래? 비오는 날은 짬봉이 제 맛이다. 소주 한잔에 안주대신 마시는 짬뽕 국물에 비지처럼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아내는 눈물을 반짝였다. 팔에 아내를 대롱대롱 매달고 돌아오면서 언제 이렇게 같이 걸었나 싶어 갑자기 아내가 불쌍해 졌다. 그 날 잠자리에서 안아 본 아내몸이 낯설어 곤히 잠든 얼굴에 입술을 대 보았다. 밤은 아내의 숨소리따라 흔들거리고 숨소리따라 비는 마냥 내리고 있었다. 3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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