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내 / 채련
울룩불룩 몸매에
비단 두른다 귀부인 되랴
손 질 안 한 머리카락 기름때쯤이야
버짐 핀 피부엔 나태함이 주르르
여자는 여자인데 여자가 아닐세
설거지 감 나뒹구는 싱크대
알맹이만 빠져나간 옷가지들
뿌연 먼지 쥐 죽은 듯 잠든 사이
변색된 커튼 자락 실 거미줄 늘어졌네
이웃들과 나누는 대화
남편 흠잡기, 시댁 허물 벗기기
교육 실정 왈가왈부 흥분하여도
의식의 범주는 우물 안 개구리
전화기 붙들고 한 시간
컴퓨터 붙들고 두어 시간
쇼핑한다 서너 시간 죽치고
잔소리 하느라 기진맥진
하루 해 저물어 가네
있는 반찬 그대로 무성의한 식탁에서
보글보글 사골 탕이 아쉬운 남편
어머니 손 맛 그리워하면
모르는 척 딴청 부리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이게 바로 나의 모습일세
가만히 들여다 보니
이게 바로 당신의 모습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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