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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는 이유/소향
해 지는 낯선 거리를 걷다 보면
맞은편에서 얼굴을 때리는 조용한 바람에도
후두둑 눈물이 지나가는
이유 있는 서러움에 막막히 가슴을 덥히는
안개 같은 날이 있습니다
손수건 한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아침은 다시 오고
저 혼자 꽃망울을 터트리며 산고하는
여윈 나무의 숨결처럼
씻기지 않은 기도가 눈물로 남아
하루 속에 고스란히 다시 고이곤 합니다
바람의 반대편에 서서 등을 돌리면
날리는 머리카락 수만큼
흰 광목빛으로 다가서는
또 다른 피안의 내가 보이고
살아가는 동안 가장 짧은 시간과
가장 긴 시간으로 기억 될
소중한 약속이 된 그 사람은
흔적의 통로에 깃드는 맨발의 사랑으로
여전히 마르지 않은 물기가 되어
내 기도의 첫 마디가 됩니다
하지만 늘 함께 젖고 싶은 나의 염원은
속엣 말로만 떠돌 뿐
허공처럼 텅 빈 메아리로 돌아올 뿐...
지나간 햇살의 흔적들만 파리한 기억으로 모여
또 다른 열정으로 아득히 젖어가는
한마디의 말이 될 뿐...
아, 차고 어두운 삶의 쓸쓸한 여행을 마치며
내 가슴 한 쪽에 입맞춤을 하던 그 사랑의 역사들이
가슴의 막힌 담을 허물고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기도로 열매 맺기를
후드둑 눈물이 떨어지는 바람의 거리에서도
다시 웃을 수 있기를
그래서 그것이 살아가는 한 이유가 되기를
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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