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나의 몹쓸 포로여!
筆利利/김영원
저 길 어디쯤인가
물웅덩이처럼 고여 있던 안개 속에
끝끝내 꽂혀있던 나의 화살이
무심결에
녹슨 시간들을 툴툴 털어낼 때
오랜 마취에서 깨어나
투명하게 피어오르는 당신
철없던 우리사랑은 이정표 없는 독한 술이라고
자꾸만 투정하는 당신을
나는 도로 놓아줄 수밖에 없다
내 사랑,
나의 몹쓸 포로여!
그것은 내 마음이 아니라지만
더 이상 나는 젊은 사냥꾼이 아니다
빈 꾸러미 허리에 차고
저문 길 돌아가는 나의 등 뒤에는
회복할 수 없는
당신의 은밀한 화살이 여지없이 꽂혀있음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