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먹고 사는 일
정은숙
시를 먹고 사는 일은 쓸쓸하다
헛헛한 삶을 일으켜 숟가락으로 눈물을 떠 내는 것
혼자 앉은 식탁에 빈자리 하나쯤 마련해 두고
그릇 가득 별빛을 담아 놓는 일이다
누군가는 밥을 먹으라고 했지만
뜨끈한 양푼에 꽂는 서툰 숟가락질은 덜거럭 소리를 내고
밥을 삼킨 목울대에서는 울컥 눈물이 솟는 것이다
시를 먹고 밤하늘에 나 앉으면
별빛이 눈동자에 와 스며들고
눈물은 꽃송이 되어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사람들은 소리없이 걸어와
함께 시를 나누어 먹고 가난해진 마음으로
떠나간 사랑을 축복하며 머물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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