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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낭송시

빈 조개껍질의 울림

       


      빈 조개껍질의 울림

      - 김윤진 -


      빈 조개껍질의 울림은

      미친 파도처럼 휘몰며

      웃음을 앗아 달아났습니다

      허상의 실체는 지독한 고통으로

      심장을 자근자근 가위질하고

      아아, 혼절할 것 같은 절망은

      일상처럼 굴레가 되어

      붉은 선혈을 토해냅니다


      삶에 대한 꿈도

      세상 밖의 어여쁜 그림들도

      모두가 나와는 상관없는 듯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양

      착각 속에 빠지곤 합니다

      어서 어서 떠나가기를

      도려내고 싶은 상실감도

      낯선 세월의 상처들도


      쏟아 붓던 언어는 땅 속에 누웠고

      춤추듯 나래 치던 노래는

      가락 잃고 정신을 놓았습니다

      아아,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빈 조개껍질, 그 울림의 허상은

      가혹한 형벌인 것을

      모두가 우매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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