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글 / 서재순
낭송 / 이병은
하지만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낀 채
안장이 두개인 자전거를 함께 타고 싶었고
지난 밤 술이 덜 깬 당신을 위해 해장국을 끓이며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냐는 투정도 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이면 등목을 해주고 싶었고
늦저녁부터 눈이 온 겨울날이면
당신을 위해 대문 앞 골목을 쓸고 싶었습니다.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시장 어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사진관 주인은 어쩌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우리 사진을 진열장에 전시할지도 모르죠.
토라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몇 번쯤 헤어지기도 하면서
사랑을 튼튼하게 키워가는 상상도 했습니다.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쉽진 않습니다.
그 시간은 내가 지내왔던 많은 날들 중에서
가장 행복했고 또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만으로도 웃음지어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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