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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포옹처럼



아내의 포옹처럼

여러 날 기다리던 아내가수세미 나무 한 개를 심었다. 장마가 걷히고 하늘가에 구름이 청명하게 걸린 날감나무 아래 나무막대를 박고 두 개의 줄을 걸어푸르디푸른 수세미의 길을 매달았다.물을 주고 땅을 다독이며 그늘을 만들어 주자고운 싹이 트고 달팽이의 허리처럼 고불고불 맴돌아 감아 오르는 푸른 촉수어김없이 길을 찾아 손 흔드는 연두색 어린 순이 진한 생명력으로 웃는다. 조금이라도 길이 흩으러 질 때 아내의 손은 새벽마다 눈이 된다 한치 일탈의 게으름도 보이지 않고곧게 뻗어가는 저 교훈 같은 성장이 지상에 고루 훈육으로 퍼진다.자연과 나무, 바람과 비, 빛과,태양의 어울림 속으로 욕심을 내며 달려온 우리,어리석은 기대가 저렇듯 상승하는 덩굴 속으로 감아 휘어진다. 무더운 여름의 긴 터널을 지나초가을 달빛에 가슴을 연다푸른색의 승리로 대롱거리는 열매 한 개,어느 밤 아내의 탐스런 포옹처럼 웃는다. 글/박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