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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일루

 

 


    일자일루(一字一淚)

    詩/ 이동순 

    모든 눈들은 산맥 저편으로도 내리고 싶었다
    언제였던가 가본 적이 있는 듯한
    그러나 지금은 마음대로 오갈 수 없는
    그곳은 이목구비가 같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산설고 물설은 타관이 아니었다

    송이송이 뜨거운 눈물을 주먹으로 씻어대며
    눈은 간신히 기슭에 올라 지척의 앞을 보았다
    그리로 더욱 가까이 갈 수 없을 만큼
    몸은 지치고 마음만 급하였다.
    행여 바람에 실려 산을 넘을 듯하였으나
    그의 온몸은 중턱에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눈 위로 또 다른 눈이 퍼부었다
    죽어서도 눈은 산맥 저편으로 내리고 싶었다

    묵묵히 긴 밤을 지새운 아침
    사람들은 차디찬 길바닥에 깔린 눈을 보았다
    아무도 눈이 왜 거기 와 있는가를 말하지 않았다.


    이동순시인님..현 영남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