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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글모음게시판▥/☆ 좋은글 모음

창가에 앉아

 

 

창가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담배 연기 사이로 지난날들이 글썽인다.

그 뿌연 글썽임 속에서 발자국들은

자꾸만 투명해진다. 창유리에 붐빈다.

 

마음은 또 한 잎, 나뭇잎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면 안 돼, 흔들려서는 안 돼, 라고

나무들은 말한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겨울이 깊은 뒤엔 다시 봄이 돌아올 텐데......

 

이 하염없는 길 위에서 또 한 잎 마음은

바람에 시달린다. 행여나 못 돌아올까,

길을 잃을까. 너를 아파하면서 나는

 

미동도 없이 창가에 앉아

미명을 바라본다. 입술 깨물며, 눈물을 누르며

마음으로 네 옷자락이나 부여잡는다.

잠을 어깨에 떠메고 햇살을 기다린다.

         

          

- 이태수, 詩 <창가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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