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³о글모음게시판▥/☆ 감동글 모음

철조망에 걸린 편지 /이길원

 

 

 

                                                              철조망에 걸린 편지

 

                                                                                      이길원 / 낭송 박운초

            어머니,

          거친 봉분을 만들어 준 전우들이

          제 무덤에 철모를 얹고 떠나던 날

          피를 먹은 바람만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으나

          숱한 전우들과 버려지듯 묻힌 무덤가엔

          가시 면류관

          총소리에 놀라 멎은 기차가 녹이 슬고

          스러질 때까지 걷힐 줄 모르는 길고 긴 철조망

          겹겹이 둘러싸인 덕분에

          자유로워진 노루며 사슴들이

          내 빈약한 무덤가에 한가로이 몰려 오지만

          어머니,

          이 땅의 허리를 그렇게 묶어버리자

          혈맥이라도 막힌 듯 온몸이 싸늘해진 조국은

          굳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수 없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피를 그렇게 마시고도

          더워질 줄 모르는 이 땅의 막힌 혈관을

          이제는 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식어버린 제 뼈 위에 뜨거운 흙 한 줌 덮어줄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덤가에 다투어 피는 들꽃보다

          더 따듯한 손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