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³о글모음게시판▥/☆ 좋은글 모음

초봄으로 실려 오는 비

     

    초봄으로 실려 오는 비

                             -박종영-

    초봄에 내리는 비는 단내가 난다
    봉창 문 열고 바라보는 앞산이
    가벼운 안개 밀어내며 마른 얼굴에 분칠을 한다.

    초가집 추녀 골 따라 내리는 낙숫물
    그곳에 녹슨 삽자루 담그니
    엉킨 찰흙이 꽁보리밥 풀어지듯
    허우적대며 몸을 불린다.

    비는 자분 자분 내리고
    무논에서는 파란 물결이
    쟁반처럼 둥근 하늘을 그려내고
    스적스적 젖어가는 논둑마다
    파란 기운이 손을 벌리는 웃음길 따라

    모두가 풍요의 미래를 염려하는
    빗소리가 고요를 읊조리면
    언제나 낮은 곳으로만 모여드는
    흙투성이 눈물,

    노란 머릿결로 천지간에 불붙을
    젖가슴처럼 솟아오르는 봄 냄새.




'´″```°³о글모음게시판▥ > ☆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멀었다  (0) 2008.03.26
꽃 길  (0) 2008.03.25
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0) 2008.03.23
  (0) 2008.03.22
마음에 남는 좋은글  (0) 200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