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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낭송시

어머니.....


    어머니 松谷/조 덕 현(낭송 고은하) 하얗게 사위어 멀어져 가던 고향의 동구 밖에 서서 국방색 손가방을 챙겨주시며 동생 몰래 넣어 주신 고깃하게 접은 하얀 무명손수건과 기찻간에서 허기 달래라 곱게 싸주신 노란 삶은 달걀 세 알 어머니 저는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감히 제가 하얀 손수건을 열어보곤 입에 넣었던 계란 하나 삼키지 못하고 굵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 곱게 접은 무명손수건 안에는 빳빳하게 정성으로 다림질하신 천 원짜리 여섯 장과 만 원짜리 일곱 장 그리고 당신이 어젯밤 흔들리는 백열등 아래 누런 갱지에 서툰 글씨로 밤새도록 저에게 침 묻혀 꼭꼭 눌러 쓰신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되 기도 잘해야 하며 부지런 하되 배곯지 말며 사내로 당당하게 살되 너무 나서지 좀 말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며 그리고 제발 술 많이 먹지 말고 마지막으로, 이제 내 나이 일흔이 다 되어 가니 자기 피붙이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남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것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구나! 어머니 오늘은 아침부터 신갈나무 사이로 희뿌연 짙은 안개가 가득하더니 유난히 가을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고 당신은 개소주 이고 철길 100여 리를 오셨습니다. 청계산 요양원 이 못난 아들에게 울지마라 하시면서도 그 뜨거운 삼복태양 아래 돌아서서 소리 없이 우시던 당신 모습이 하얀 명주 치마저고리에 파란 물이 들도록 뜨락에 몰래 주저앉아 가슴을 치며 통곡하셨던 그 뒷모습에 오늘도 너무도 가슴이 저며 들어 이 불효자 매봉(?峰)위에 목을 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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